[s] 동경에서 만난, 사람들.#1

2007월 2월.
나의 첫 해외여행이자, 동경 여행.
너무나 기적적인 우연으로, 나는 너무나도 소망했던 Stevie Wonder의 공연을 일본에서 볼 수 있었다.



내가 일본 동경에 가기로 한 그 기간에, 얹혀서 숙박하기로 했던 도마뱀의 하숙집에서 아주 가까운 공연장에 Stevie Wonder의 공연이 있다는 이야기를. 그리고 예매를 했다는 도마뱀의 말에 나는 눈물이 날 정도로 기뻤었다.
드라마속 뻔한 스토리 전개나, 쇼프로그램의 뻔한설정도 아니고 어찌 그렇게 딱 맞아 떨어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1년이 훌쩍 지나버린 지금 생각해봐도 가슴이 찌르르 해지는 공연이었고 기억이었다.

그 공연 덕분에 동경여행에서 재미난 "추억"이 생겼던게 아닌가 싶다.



Stevie Wonder의 공연이 끝나고, 노을이 지던 아레나홀.하루종일 한끼 먹지못한  도마뱀과 나는 배고픔과 함께 술이 필요했다. 역과 연결되어있는 아레나홀의 통로를 지날때쯤 일본 사시미집 특유의 복장을 한 사람이 전단을 나눠주고 있었다.공연 티켓을 지참하고 온 손님에게 사와(무슨 드링크라고 써있는데 뭔지 잘 모르겠다)를 선물로 준다는 전단이었다.
J와 나는 공짜에 이끌려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그 술집으로 향했다.








일본 전통음악이 흘러나와야 할것 같은 분위기에, Stevie Wonder의 노래가 흘러나오는 조금은 어색한 공간.
적당한 꼬치 몇개와 볶음우동 비슷한것을 시킨 우리는 공연의 즐거움과 몇달간의 이야기들을 술잔과 함께 쉼없이 풀어놓았다.
그 사이 테이블은 한두개씩 채워져 갔고. 우리의 몸속에도 알콜이 서서히 돌기 시작했다.
그즈음, 50세 전후반 쯤 되어보이는 분들 5명이서 도마뱀과 나를 사이에 두고 3명, 2명 앉았다. 한국말을 하는 우리를 신기하다는듯.
자리에 앉은 후에도 내 옆에 앉은분의 시선이 굉장히 신경이 쓰였지만, 짐짓 모른척 하고 도마뱀과의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분들 테이블(즉 내 왼편에) 놓여있던 술.
일본인들은 술에 얼음을 타서마시는 미즈와리를 즐긴다고 했던가? 제일 왼쪽에 있는것은 막걸리. 막걸리+소주.거기에 얼음.
나의 시선이 이곳으로 향하자, 슬며시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아마 첫마디가 한국사람이냐는 질문이었을것이다. 우리는 어설픈 미소와 함께 한국인이라고 대답했다.
나는 회사원, 여행중이고 도마뱀은 근처에 살고 있으며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소개 했다.
그분은 우리가 한국인인것을 알고나자 자신도 재일3세이고 한국을 좋아하며, 한국음식을 자주 즐긴다고 소개를 했다.



맨 끝에 계신분은, 나의 필름카메라에 관심을 보이시던 분.(할아버지 뻘 쯤 되지 않았을까?)
그옆에서 담배를 피우고 계신 여성분은 제일 나이가 어려보였다. 소탈했던 것으로 기억.
마지막으로 내 옆에 계셨던 분은, 야쿠자(?)같은 인상으로. 도마뱀에게 편의점에 놀러가겠다며 둘러대기 힘들정도로 정확한 위치를 물어보았다.
내게도 이것저것 제일 많이 물어보았는데,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 더 짧았던 내 일본어 실력에 도마뱀이 화장실에 가고 나면 어찌나 식은땀이 나던지.




도마뱀의 옆쪽에 앉은 두분.
이 두분과 옆의 세분이 친구라고 하기에는, 얼굴에서 느껴지는 나이의 조합이 조금 어색하다.
그래도 아주 유쾌하신 분들이었다. 못해도 띠동갑 이상 차이나는 우리와 재밌는 대화를 했던걸 보면.

사실, 보편적으로 이런 술집에 오면. 혼자 오지 않는 한은 이런 바형태의 자리에는 잘 앉지 않는게 보통이다. 게다가 이곳과 같은 사시미 집이라면.
나중에 이야기를 들었지만. 우리가 앉은 곳이 이분들의 지정석이라고.
그 자리에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젊은 여자 둘이 앉아서 술을 먹으며 일본어와 한국어를 섞어가며 이야기를 하는 모습에. 호기심이 생겼다고.



우리에게 맛있는걸 먹게 해주겠다며 주방장에게 뭔가를 주문했다.
가래떡이 들어있는. 라면에 가까운 음식.

이때 나에게 "고양이 혀"라는 별명을 붙여주었었다.
뜨거운걸 잘 못먹는 나는 식혀서 먹으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얼른 먹어보라고 자꾸 권하는거였다.
죄송하지만, 제가 뜨거운걸 잘 못먹는다 했더니 고양이 혀라며 마구 웃기 시작했다. 뜨거운것을 잘 못먹는 사람들을 보고 고양이 혀라고 한다고.

조금 짜고 밍숭맹숭한 맛이었지만, 뭐 나쁘지 않은 맛이었다.
(그 외에도 여러개 음식을 권했던것 같다. 생선같은?)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케를 마셔보라고 했는데.
사실 나는 그때까지 사케 맛있다는 생각을 한번도 해본적이 없었다.(예전에 도마뱀과 먹었던 사케 맛은 정말 웩- 이었음)
사케가 맛있는걸 잘모르겠다고 말하자, 머리가 벗겨지신 유쾌한분이 맛있는 사케를 "일본식"으로 주겠다며 또 분주히 움직이셨다.

일본식이라 하면, 저 빨간색 사각잔 안에 작은 사케잔을 넣고 두 잔이 가득 찰때 까지 따르는것을 말하는것 같았다.(사실 나도 잘 모른다)
안에 있는 잔을 홀짝 마시고 나니, 와- 생각보다 맛있었다.
그래서 사각잔 안에 있는걸 원샷~ 하고 났더니. 다들 스고이를 외쳤다.
나와 도마뱀이 왜 그러냐고 묻자. 저 사각잔을 원샷하는 여자는 처음봤다고 했다. 다들 한모금씩 나눠 마신다고.(도마뱀 통역)
그러면서 내게 술 잘마신다고 했던걸로 기억한다.

몇시간의 유쾌한 시간을 보내고 살짝 오른 취기와 함께. 도마뱀의 하숙집으로.
편의점에서 비싼돈 주고 산 우산을 놓고 온게 아쉽긴 하지만.

그때의 그 기억은. 지금도 가끔. 생생하게 머릿속에 담겨져있다.

언젠가, 도쿄에 가게 되면. 또 한번 찾아가 보고 싶다.
아직도 그 분들이 그곳에 있을지.

< Nikon FM / Nikkor 50.4 / Fuji Reala , Kodak ProImage 23~24thRool / 동경, 아레나홀 근처 술집 >

윤선영씨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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