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 02
하루하루를 살아가는것이, 새로운 세상이었고. 즐겁고, 슬프고, 화나고, 우울했던.
그렇지만, <왜> 살아야하는것인지 의심하지 않았던 시간이 있었다.
지난 나의 시절들이.
지금보다 더, 모나고 모질고 힘들었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았다.
더욱 자라길. 더욱 강하지길. 더욱 나아지길.
매 순간, 매 시간, 매 년. 그렇게 바라왔던 것 같다.
지난일기를 들추어내도. 항상 같은 주제의 고민과 아픔.
하지만, 그안에서 <그렇지만> <괜찮을거야>라는 어떤 희망이 조금이라도 있던것 같다.
지금의 나는. 바람이 빠져 쭈글쭈글해진 풍선처럼.
예전의 그런 생생함을 잃어가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이를 먹는것이 서러웠던 적은 없다.
그저, 얼른 자라. 나이라도 먹어. 지금의 이 고통이 지나가길. 더 빨리 자랄수있기만을 고대하고 바라왔던것 같다.
그렇지만, 지금의 나는.
그때 내가 생각했던, 나이가 코앞으로 다가온 나는.
늙고, 병들었다고. 만 생각이 든다.
아무것도 가진게 없고. 아무것도 이뤄놓은것이 없으며. 항상 흔들리고.
그 어느것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그때보다, 열정과 치열함이 없다.
대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아니, 이렇게 살아야 할까.
언제까지 이래야할까.
진통제를 삼키고, 머릿속 한가득 짜증을 담고. 하루를 보내는 나의 모습이.
불쌍하기보단, 한심스럽다.
난 언제쯤. 호수처럼 고요해질까.
난 언제쯤. 달빛처럼 온화해질까.
썩어가는 내 몸뚱이처럼.
내 정신도 썩어가는게 아닐까.
두렵기만 하다.
아니, 한발 나아갔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시작도 못했다는 생각에.
슬프기만 하다.